10월의 단상 모음

설거지

아내가 점심을 요리할 때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요리를 하면서 설거지 거리가 조금씩 생성되어서 옆에 쌓이니까 요리가 끝날 때까지 옆의 더미가 분명히 줄었는데 줄지 않았다. 문득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야말로 설거지의 메타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다키스트 던전에 게임 개발 크런치의 메타포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들어간 것처럼.

녹음

베이스를 깨작거리고 있는데 아내가 와서 연주 영상 같은 건 안 만드냐고 물었다. 귀찮아서 안 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영상 편집이 필요하면 자기한테 말해달랜다. 그랬다 아내는 프리미어 사용 가능한 사람이었다. 핑거피킹 다시 연습할 겸 너무 어렵지 않은 걸로 시험삼아 해 보기로 했다.
RATM 곡 중 쉬운 걸로 해 보려고 한다.

구글 서치 콘솔

여기서 언젠가 적고 싶었던 게 첫 직장에 대한 한풀이었는데(위성 개발 관련 쪽이랑 지상 시스템 쪽이랑 분위기가 너무 달랐어서) 검색어 유입이 3회에 2회가 첫 직장 이름이길래 조용히 관뒀다. CV에 더 안 적어도 될 만큼 이력이나 세월이 쌓여서 날려도 되면 날리고 써 보는 걸로 하자.

취미 개발은 생각보다 꾸준하게 해야 하는 것이었다

Coral 다는 것 외에도 앨범 감상평을 적고 싶어서 아티스트랑 앨범명을 검색어로 넣으면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링크와 앨범 사진을 긁어서 블로그용 md 템플릿을 만들어 던져 주는 웹앱을 만들려고 하고 있고(최종은 AWS에 올라간 Svelte 기반 웹앱에 API는 Rust기반 AWS 람다로 구성해보고 싶다) 아내랑은 비주얼 노벨 만들기를 해 보기로 했는데 이게 또 3개가 넘어가니까 뭐부터 할지 아 모르겠다 가 되어서 셋 다 진행이 거의 안 되고 있다. Coral부터 처리하고 하나씩 해 봐야겠다.
역시 김연아갓의 "스트레칭 하실 때 무슨 생각 하세요?" "뭔 생각을 해요 그냥 하는 거지"가 진리였던 것이다.

온콜 1주차

10월 14일 월요일 오전 8시부터 21일 월요일 오전 7:59까지 온콜 담당이 되었다. 이 회사를 힘들어하다가 딴 곳으로 가는 이유 중 하나라는데 전 직장인 펍지에서 장애 대응하던거랑은 또 느낌이 다르다. 펍지는 데브옵스 팀이 좀 안정되기 전까지는

  1. 거의 맨날 터졌고
  2. 거의 모두가 대응했다 였는데

지금은

  1. 아직 런칭도 안 했다(12월 초에 또 온콜인데 그 땐 라이브 중일 것이다)
  2. 1주일동안 그냥 1명이 다 한다(팀마다 다른데 예를 들어 AWS 어떤 팀은 6시간 단위로 2명씩 온콜을 한다고 했다 이 회사 팀은 웬만해선 총원이 10명을 안 넘어가니까 그냥 매일 온콜을 한다는 소리다 - 혹여라도 AWS쪽 가면 펍지 전 보스 핫라인 될 거니까 안 가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건 걱정거리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3. 페이저 기능으로 연락이 오는 수준의 문제인 경우 15분 내에 체크인하고 30분마다 업데이트 공유 해야 하며 6시간 내에 안 풀리면 장애 레벨이 올라가면서 최고 레벨이 되면 CEO도 받게 된다

라서 뭔가 부담감이 좀 다르다. 펍지는 오로지 내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그냥 가만 있어도 되었는데 매뉴얼이 잘 되어있다지만(4분기에 행사들이 워낙 많다 보니 그 전에 아예 체크리스트를 주고 달성과제 깨기 시킨다) 일단 울리면 시발 왜 같은 느낌이라.

말인즉슨 이미 2번 울려서 처리해봤다. 사내에서 사용하는 라이브러리에서 취약점이 터져서 패치하라고. 하나는 우리 메인 서비스고 하나는 우리 팀이 런칭 후에 넘겨받기로 되어 있는 인수인계 중인 서비스였는데 메인 서비스 때는 이미 라이브 환경 인스턴스까지 해당 버전이 배포되어 있어서 시간이 되게 오래 걸렸다. 더러운 자바. 코드가 더러운 건 이해할 수 있다. 예외 스택 트레이스가 더럽게 긴 거랑 빌드->부트스트랩이 더럽게 오래 걸리는 거랑 라이브러리를 왜 이렇게 많이 들고 배포를 해야 하는지 더러운 스프링이랑 여하튼 더럽다. 이 블루칼라 프로그래밍 언어. 아 이 말은 제임스 고슬링이 했으니 맘대로 쓸 거다. 더러운 블루칼라 언어.

물론 런칭하고 내부 도구들에 좀 익숙해지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 1주일동안 언제 뭐가 터질지 모르고 그건 내가 일단 해결해야 한다 의 긴장감은 또 다른 맛 같다.

답은 마소 전직인가. 거기도 Azure는 열심히 구른다지만(...) 워라밸 대신 라라밸을 추구한다는 그곳...

이것은 공연을 보는 맛이로구나 (핥짝)

9월에 Covet-Veil of Maya-Periphery 라인업인 Periphery 투어 공연을 봤었다. 다운타운 이스트 사이드 말만 들었지만 무슨 메탈 슬러그 2 스테이지 4를 연상케 하는 건물들에(물론 저 스테이지는 중국어만 있지만 여긴 1/4만 중국어다) 길거리에 양반다리 자세로 앞으로 엎어진 사람이 있길래 왜 저 자세로 잠을...? 하는데 손에 보이는 주사기에, 회사 앞에서 버스 타고 갔는데 내 뒷자리에서 아무도 없는 허공이랑 정부의 음모에 대해서 말하는 선글라스 낀 사람이라던가 하는 부분은 와 시발 이 공연장에서 하는 공연 맘에 드는 거 많았는데 다시 재고해야겠다 였었다.
물론 공연 보고 다 잊어버렸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공연장 바로 앞에서 버스 타고 지하철역까지 갈 수 있었고 오히려 밤엔 길에 사람이 없어서 안전했다)

10월에는 온콜 끝나는 월요일 저녁에 바로 아내랑 Sunset Rollercoaster를 보러 가고 28일에는 또 아내랑 Elephant Gym을 보며 30일에는 혼자서 Cannibal Corpse를 보러 간다. 12월에는 Static-X 데뷔 앨범 20주년 공연이 있길래 보러 가려고 하는데(보컬/기타 가 이미 고인이고 일종의 추모 겸이라서 지금 안 보면 영영 못 보는 것이다) 또 온콜하기 바로 전 주에 Daughters가 오네?

개인 용돈을 아내랑 둘이서 같은 양을 배분해서 각자 쓰고 있는데 올해는 아마 반 저금하고 나머지 반에서 공연값 한 70% 나가고 나머지는 (만화)책이랑 회사 자판기값으로 나가는 생활이 계속되겠지...

덧. 4월 초에 빌리 아일리시 공연도 있던데, 궁금했지만 엇 하니까 이미 솔드아웃이었다. 여기서도 아레나급 공연은 다들 이 정도 전쟁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