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대륙 이케아 잔혹사

여기로 날아오면서 (회사 지원을 받아) 항공편으로 한국 짐들을 받긴 했지만, 사실상 가구가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을 하고 있다. 임시 집에 도착했을 때 대한항공 규정 내 트렁크 3개와 30kg 트렁크 하나 그리고 각자 가방 들고 내렸고, 1.5개월동안 필요한 물건들을 좀 사긴 했지만 24인치 트렁크 정도의 박스 하나 정도의 짐이 추가되었을 뿐이었으니 살 것이 당연지사 천지에 널려 있었다.

9월 1일 이사 예정이었기 때문에 미리 2주쯤 전에 이케아에 배송을 걸어두려고 주문을 했었는데 비극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제약

캐나다에 내리기 전에 회사에서 붙여준 Local Settlement Support Agent분이 연락 와서 내리고 난 이틀 후에 은행 계좌를 만들고 SIN을 만들러 가게 약속을 잡기로 했다. 그 때 TD Canada Trust 은행에 예약을 잡아달라고 답을 줬었는데 (찾아보니 일본어 및 한국어 구사 직원이 있어서 편하다고 했다 - RBC랑 고민하다가 TD로 잡았다) 은행에 가서 계좌를 만들고 체크카드를 받고, 신용카드를 만들 순 있는데 Offer Letter로는 취업 증명이 안 되니 입사 후 Employement Letter를 받아오라고 했다. 받으면 메일로 보내달라고 직원이 그랬고, 그래서 명함도 받았다.
그래서 근 한 달동안 체크카드로 잘 살았다.

그 이후가 문제였는데,

  1. 일단 메일을 줬는데 처리가 안 되었다. 1주일 넘게 기다리다 예약을 잡기로 했다.
  2. 예약을 잡으려는데 모바일로는 예약이 안 되었다. 다른 문제가 아니고 이 인간들이 웹 신청 페이지에서 세션 타임아웃 시간을 너무 짧게 잡아놔서 상세 내역을 조금이라도 적으면 타임아웃이 나 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설명은 아예 안 적고 신용카드 신청한다고 적어버렸다.
  3. 예약을 잡았는데 회사에서 작업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은행 예약에 늦어버렸다. 15분 늦으니까 새로 잡으라고 하더라...
  4. 결국 8월 마지막 주쯤 신청이 끝났다. 그리고 아직도 카드가 오지 않았다 처리 중이랜다...

이런 연유로 신용카드 (한도 5000 CAD) 없이 일일 온라인 결제 한도 3000짜리 체크 카드 각 1개씩 2개로 이케아도 사고 아마존에서 필수품도 사고 왠갖 걸 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처음에 이케아에서 필요한 것들을 골라서 체크아웃 하려고 보니 근 5000 이 나왔다.
반 갈랐다. 침대 및 나이트 스탠드, 그리고 램프랑 밥 먹을 식탁은 사야 하고, 컴퓨터 작업용 책상과 의자는 일단 1세트씩만. 책꽂이도 하나만.

튕겼다.
이상하네 하면서 같이 간식 사러 나갔다.
체크카드 결제가 안 된다.
TD 앱에 접속을 해 봤다. 계좌 내역은 잘 나온다.
메뉴를 뒤지다 보니 뱅킹 서비스에 결제한도가 있는데 "님 유효한 카드가 없습니다"라고 나온다. 띠용.
에러 메시지에 있는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결제 한도가 3000이란다. 알겠다고 했다.

며칠 후에 다시 튕겼다. 아마존을 지르고 데스크탑 사려고 캐나다 컴퓨터에서 부품을 일부 질렀는데 결제가 안 들어갔다.
다시 전화했다.
일일 결제 한도가 3000이란다.
이상하다 일요일에 주문했지만 재고 확인 때문에 결제 시도는 월요일 오전에 들어갔는데?
여기는 밤 늦게나 주말에 결제를 하면 다음 영업일로 결제 일자가 기록이 되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예전에 들었던 것처럼 계좌이체를 하고 싶으면 봉투에 수취인 정보를 적어서 ATM에 집어넣고... 그런 미개한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케아 주문을 하면서 이번에는 아내 체크 카드를 한 번 블록당했다. 아직 많이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전화하느라 참 고생했다.

스칸디나비아식 뒤통수 가격

여하튼 그래서 두 번째 이케아 batch를 오는 주말에 오게 하려고 월요일 밤에 넣었는데
주문이 안 된다.
장바구니에 있는 아이템 중 뭔가 때문에 배송 계산이 안 된다고 한다. 근데 그게 뭔지는 모른대.
상담 전화를 걸어서 연결이 되었는데

나: 안녕하세요 온라인 주문을 넣는데 카트에 있는 물건에 문제가 있다고 딜리버리 설정 오류가 떠요
상담원: 그 아이템 카탈로그 번호가 뭔가요?
나:

그게 카트에 아이템이 28개라서 일일이 부르긴 힘들 거 같은데요(가구 외에도 주방용 소형 수건이랑 그런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상: 아 그러시군요. 그럼 아이템들을 일단 쇼핑 리스트에 넣으신 다음 전화 주시면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혹시 매트리스 사세요?
나: 아뇨 매트리스는 없고 암체어와 러브시트는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 휴 시발

ikea.ca 는 진짜 끔찍하게 느리다. 인터넷이 느리다가 문제가 아니라 사이트 로딩속도가 정말 이게 페이지를 많이 왔다갔다 해야 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걸 고려하고 설계한 거 맞는지 의심스러울 수준으로 느리다. 저렇게 쇼핑카트의 물건들을 -> 쇼핑리스트로 다 옮기고 -> 다시 뭔가 해 보기 도 아득했던 게

  1. 알라딘은 쇼핑카트 <-> 보관함 양방향이 가능하다. 체크박스 선택 후 보관함으로 이동 누르면 되고 보관함에서도 각 아이템 혹은 체크박스 선택 후 장바구니 넣기 하면 된다. 이케아는 쇼핑리스트는 그래도 모던 웹인데 쇼핑카트가 개거지라서 하나씩 직접 상품 설명에 들어간 뒤 거기서 쇼핑리스트에 넣고 쇼핑카트로 뒤로가기 눌러야 했다.
  2. 저기까지는 그냥 번거로운 건데, 쇼핑카트가 정말 뒷목 잡을 정도로 느리다. 리디렉션을 적어도 4번은 한다. 심지어 그 리디렉션 하는 동안 UI가 예전 버전에서 모바일 겸용 반응형 웹 버전으로 진화해서 총 3가지 버전의 쇼핑카트 UI를 볼 수 있다. 마이그레이션을 대체 어떻게 해 둔 건지 모르겠다.
  3. 쇼핑 리스트에 넣고 다시 쇼핑 카트에 넣기를 해 봤는데(콜센터 전화는 상담원 연결 될 때까지 시간이 너무 느리고 게다가 동부 시간으로는 이미 자정이 넘어서 서비스를 더 이상 하지 않는 시점까지 왔다. 쇼핑 리스트에 아이템 넣는 데 40분이 걸렸다 적으면서도 이게 말이 되는 소린지 모르겠다.) 이제 여기서 문제를 찾았다.
  4. 구매에 문제가 있는 물건이라면 애초에 쇼핑카트에 담기면 안 된다. 에러 메시지를 뱉어줘야 한다. 여기서 일관성이 날아갔는데, 1) 상품 설명에서는 쇼핑카트에 담기고 2) 쇼핑 리스트에서는 액션 결과 카드로 "성공적으로 담았습니다"와 "쇼핑카트에 상품 담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걸 사면 너무 많이 사게 됩니다(...??)" 2개가 동시에 뜨고 쇼핑카트에는 담기지 않았다.

결국 2인 소파를 다른 모델로 바꾸고 나서야 결제 성공까지 갈 수 있었다.
이케아 닷컴 사이트는 정말 지랄맞았다.
(사실 어나더 지랄이 더 남아있다. 토요일 오전에 건물 엘리베이터를 예약했는데 카드 정지랑 장바구니 지랄 때문에 토요일 오전 배송 슬롯 예약이 불가능한 시점까지 와서 일요일 오전으로 엘리베이터 예약을 옮기러 가야 한다.)

역시 끝까지 믿을 수 있는 북유럽 뭔가는 셈라와 멜로딕데스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