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불면 치료제는 제트랙 - 12월 잡설 모음 1

Power Trip

얼마 전 슬레이어가 은퇴했다.
하지만 더 이상 상관없다. 우리에겐 파워트립이 있다.
2020년이 1달도 안 남은 이 시점에 무슨 1990년이 1달도 안 남은 샌프란시스코 같은 음악을 하는데 믿기 어렵겠지만 아주 찰지고 적당히 쌍팔 구리구리하면서도 모오-던하며 아 이것이 바로 심플한데 클래식하게 같은 말도 안 되는 클라이언트 요구사항이 말하는 것이구나 같은 느낌이다.
데드풀에는 "림프 비즈킷이 대중음악사에 남긴 오점같은 놈"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파워 트립이 정화해 줄 것이다.
2017년에 2집 나왔을 때 누가 소개하는 걸 보고 "와 씨 무슨 쌍팔음악을 아직도 하고 있으며 그걸 듣는 사람들이 있다고? 트럼프 시대는 참 대단하구나" 했는데
그거 이제 인생의 흑역사다.
카니발 콥스와 싸이 아트 이즈 머더가 밴쿠버에 왔을 때도 그런 장면은 못 봤는데 무려 캐나다 사람들이 밴드가 첫 곡을 연주하자마자 슬램을 한다.
2010년인가 11년인가 하키 폭동 났을 때 파워 트립이 있었으면 캐나다 내전 났다.
도끼를 휘두르는 자들과 하키 스틱을 휘두르는 자들의 깽판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상 내한한다는데 밴쿠버에 12월에 오길래 보러 갔다 온 인간의 주접이었다.
파워 트립은 2월 8일에 내한한다. 메탈이나 하드코어 같은 헤비뮤직을 듣는 사람들이면 꼭 가야한다.

최고의 불면 치료제는 제트랙

11월 22일부터 12월 1일까지 한국에 잠시 다녀왔다.

갈 때는 점심에 떠서 저녁에 내린데다 중간에 좀 자서 괜찮았는데, 올 때는 옆옆옆옆자리 어린이가 정말 서럽게 울어대는 통에 잠을 못 잤다. (하긴 2시간에 한 번씩 모두가 보는 앞에서 옆 사람이 강제로 내 바지를 벗겨서 기저귀를 갈고 뭐 먹는데 강제로 얼굴을 세척당하고 그러면 제 아무리 어른이라도 멘탈 털려서 안 울고는 못 배길 거다) 대신 체르노빌을 앉은 자리에서 다 볼 수 있었지만 여하튼 그런 비행을 겪고 오전 10시에 내리니, 집에 와서는 1주일치 집 정리를 대충 끝내고 그 시점부터 정말 스트레이트로 다음 날 출근 전까지 잤다.

그러고 나니 밤 10시부터 슬슬 잠이 오고 11시에는 안 자면 안 되는 몸이 되어버렸고 하루 8시간 수면을 달성하고 있다.

역시 다이어트는 두메 숯불삼겹살 먹고 장염 다이어트, 수면 시간 지연 증후군 등등의 수면 장애에는 제트랙이다.

신용 카드 사가 - 결말편

한국 가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보면,

  • 뭐 어떻게 어떻게 하다 답답해서 TD에 전화했는데 담당자가 휴가 가서 안 받았다. 대리인한테 이런 거 때문에 전화했는데 그 휴가 간 분이 준 Equifax 번호 그 번호 아닌 거 같던데? 하니까 Equifax 어디로 전화하면 신용 정보 관련 정정을 해 주는지 알려줬다.

  • 전화를 했다. 한 30분을 했다. 왜냐면

  • 내 기본 개인 정보를 입력받는데 음성 인식으로 받는다. 예를 들면

    • "생년월일이 언제입니까?" (뭐?)
    • "잘 못들었습니다. 생년월일이 언제입니까?"
    • "잘 못들었습니다. 생년월일을 아래의 예시처럼 말해주십시오: 1983년 7월 5일 생이시면 July 5th, 1983 이라고 하시면 됩니다" (뭐라고 이 미친놈들이)
    • "당신의 생일은 뫄뫄달 뫄뫄일이 맞습니까?"
      • 여기서 24th를 20th로 한 번 14th로 한 번 내 생년월일을 2019로 두 번 알아들어서 5번 함
    • "거주지의 도로 번호를 말씀해 주십시오. 123 Somewhere Street 이면 123 입니다"
    • "거주지의 도로를 말씀해 주십시오"
      • 집 있는 거리가 워낙 특이해서 한 번에 알아들었는데 오히려 화가 났다(...)
    • "아파트 번호가 있습니까?"
      • 이 시점에서 사실 아까 거주지 도로 번호를 그냥 번호라고 말해줬기 때문에 도로 번호 대신 아파트 번호를 줘서 전화를 끊은 다음 처음부터 한 번 다시했다
    • "우편번호를 말씀해 주십시오"
      • 밴쿠버 우편번호는 V로 시작하는데 이 멍청한 자동응답기가 V를 B V Z C 진짜 ㅣ로 나올 수 있는 모든 알파벳으로 알아듣다가...
    • "잘 못들었습니다. 키패드 인식으로 대체합니다. 우편번호의 첫 알파벳에 해당하는 숫자를 눌러 주십시오"
      • 시발 그러면 처음부터 선택할 수 있게 하라고! (8을 누른다)
    • "T면 1 U면 2 V면 3을 입력하십시오"
      • 잠깐만 그러면 알파벳이 3개 숫자가 3개니까 이 멸종하지도 않는 거북이같은 놈을 7번이나 더 들어야 하는 거네? (영겁의 시간이 지나고 홍대의 범위가 점점 늘어나 대한민국의 수도가 홍대로 이름이 바뀔 때 쯤 끝남)
    • "SIN을 말씀해 주십시오"
      • 이 쯤 되니 그냥 키패드를 뭐라 말이 나올 때마다 한 번씩 눌러 3번쯤 눌렀고, 그러니 못 알아들었다며 키패드로 입력하라고 나왔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 위의 저 짓을 해서 4통화 30여분만에 상담원이 연결되었다

  • 이전 주소와 현 주소 은행 계좌번호 등을 줬다

  • 자기도 신용 정보 파일이 한 개가 안 나온단다(...)

  • 결국 나온 건: 팩스 번호 이거이거인데 Cover Letter에 이러이러한 거 적고 이러이러한 문서를 첨부해서 보내주세요 -> 그러면 어느 정도 걸릴까요? -> 10-15일 걸립니다 -> 비즈니스 데이로요? -> 네 -> 네...

그리고 한국 갈 때 2주차 금요일이었다.
정말 다행히도 집에 돌아오니 신용 정보 문서가 우편으로 와 있었다.

카드가 승인되어서 발급되었다고 은행에서 전화가 왔는데 우편으로 지점까지 오는 데 또 10일이 걸린다고 했다.
오늘 은행에서 전화가 왔는데 회의 들어가 있느라 못 받았다. 내일 다시 전화 받거나 담당자한테 메일 보내야 할 것 같다.

여하튼 지금 TD 앱에 들어가면 결제금액 0달러인 카드가 등록되어 있다. CVV를 모르니까 애플페이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것도 아직 안 되고 (어차피 되어봤자 개통을 안 했으니 안 된다) 개통도 지점에서 받으면 지점에서 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전화해야 한다는데 그 잔혹사는 DLC로 남겨두도록 하자.

시발 여기 온 지 5개월만에 신용카드가 나온다... 받으면 아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지를 것이다...